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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직접 평가한 전반기 결산이 궁금하다? 스스로 최고의 경기와 최악의 경기를 뽑은 류현진은 전반기 자체 평가를 통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성공적인 전반기였다'고 설명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메이저리그 입성 후 어제 애리조나전을 끝으로 전반기 마지막 등판을 마쳤습니다. 마지막 등판을 좀 더 인상적으로 풀어나갔어야 하는데, 반대되는 상황으로 마무리를 해버렸네요. 뭐, 그래도 처음에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메이저리그 전반기는 ‘잘했다’는 스스로의 평가를 해봅니다.

성적이나 승패를 떠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꾸준히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어제 경기는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매번 잘 던질 수도 없는 것이고, 한두 번 정도 힘든 날도 있는 것이라며 애써 위안을 삼습니다. 
전반기를 끝내며 일기를 통해 자체 결산을 해볼까 합니다.

최고의 경기

아무래도 LA 에인절스전에서 완봉승을 거뒀을 때가 아닐까요? 지난 5월 29일 에인절스전에서 9이닝 2피안타로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을 거두며 전반기 최고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제가 선발 등판한 18경기에서 에인절스전 외에는 모두 점수를 줬다는 사실입니다. 즉 실점을 하지 않은 경기가 에인절스 경기 하나 밖에 안 된다는 게 조금 쑥스러운 것이죠. 



류현진은 통역으로 자신을 돕고 있는 마틴 김한테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최악의 경기

4월 21일 볼티모어 원정길에서 당한 6이닝 5실점이 떠오릅니다. 비가 오는 바람에 하루 연기돼 낮 경기로 치른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다 실점을 기록한 바 있었죠. 그리고 또 한 경기를 꼽는다면 바로 어제 치른 애리조나 마지막 등판입니다. 무려 5이닝 7피안타 5실점을 당하며 볼티모어전때의 상황을 재현했습니다. 사실 1회에 홈런을 맞은 건 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2홈런, 3홈런이 아닌 솔로포는 오히려 보약으로 작용할 때도 있거든요. 집중력면에서요. 그러나 제구가 흔들리면서 난타를 당했고 그로 인해 2점대(2.82)였던 평균자책점이 3.09로 올라갔으니 속이 쓰릴 수밖에요.

깨달음을 준 경기

아마도 제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등판을 했던 샌프란시스코전이 저한테 많은 깨달음을 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모든 면에서 공격 본능을 타고 났다는 점, 그리고 투수의 유형을 파악하고 나선 바로 타격을 한다는 점 등에서 메이저리그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아, 이래서 메이저리그는 다르구나’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나를 가장 괴롭혔던 선수

어느새 ‘천적’이란 단어로 부상된 샌프란시스코의 헌터 펜스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와의 맞대결에서 11타수 6안타 1볼넷 5타점을 올린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그래도 마지막 경기에서는 3타수 무안타로 펜스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펜스는 상상 이상의 공격적인 선수입니다. 파워도 좋고, 컨택 능력도 뛰어나고…, 매년 홈런을 20개씩 치는 선수라 그런지 펜스가 타석에 들어서면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투수를 힘들게 하는 선수임이 분명합니다. 


다저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


클레이튼 커쇼와 지금은 양키스로 이적한 루이스 크루즈가 류현진에게 가장 인상적인 선수들로 남는 것 같다. 류현진은 커쇼의 올바른 인성과 크루즈의 친절함을 보고 느끼면서 다저스에 편하게 녹아들 수 있었다고 말한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다저스의 모든 선수들이 다 고맙고 인상적이지만, 그중에서 굳이 꼽으라고 한다면 클레이튼 커쇼와 포수 A.J엘리스입니다. 특히 커쇼는 최고의 에이스 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겸손하고 착하고 성실한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인성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선수인 것 같아요. 이런 선수가 제 옆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다저스에 합류했을 때 가장 친절하게 대해준 루이스 크루즈가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됐을 때가 가장 서운했어요. 내려가는 순간 무조건 다른 팀으로 갈 것이란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죠. 다행이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잘 생활하고 있는 것 같은데, 친한 친구가 존재하지 않는 부분은 아쉬움이 큽니다. 한국에서도 그랬듯이 이곳 메이저리그도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이 존재하는 곳이고, 그래서 가슴 아플 때도 있고, 어려움도 느끼는가 봅니다.

요즘 우리 팀 활약에 응원을 보내는 한국 팬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타자들이 이제 정신을 차린 것 같죠?^^ 일찌감치 이런 페이스를 보여줬어야 하는데, 뭐 이제라도 정신 차린 걸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한창 못할 때는 초반에 2,3점을 내주면 ‘아 오늘도 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지고 있어도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애리조나 원정 경기 동안 (임)창용이 형을 잠깐 만난 적이 있었어요. 몸도 좋아 보이고, 컨디션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생각보다 빨리 빅리그로 승격될 것 같더라고요. 다저스가 8월 2일부터 시카고컵스 원정경기를 치르는데 그때 창용이 형을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팬들도 그렇지만 저 또한 창용이 형과의 맞대결을 기다리고 있어요. 무조건 빨리 올라오셨음 합니다. 창용이 형이 시카고컵스 마운드에 오르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의지의 한국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셈이니까요. 창용이 형이 애리조나의 살인적인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시카고로 도망갈 것 같습니다.

* 이 일기는 류현진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오랜만에 제대로된 휴식을 취하게 된 류현진. 그는 쉬는 기간동안 체력 보완을 위해 훈련을 계속하겠다고 말한다. 많은 기대와 부담으로 인해 메이저리그 생활이 결코 녹록치 않았겠지만, 류현진의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후반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Posted by 코딩하는 야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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