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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 추신수의 이야기를 책으로 풀자면 대충 3권 정도로 나눠야 할 것이다. 물론 1권은 어린 시절 그리고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 이야기가 중심이 될듯하다. 배고프고 불안했던 시절 그는 홀로 애리조나 땡볕을 버텨내야 했다. 모든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밟아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는 당시 분명히 이방인이었다. 언어를 시작해서 그가 넘어야 할 산은 참 많고 많았다. 정작 야구에 집중해도 그는 피할 수 없는 외로움과 싸워야 했고 이치로 스즈키가 버티고 있는 시애틀에서 그의 미래는 찾을 수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책 추신수 1권은 참 우울할 것 같다.


하지만 2권은 조금 다르다. 그는 전격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가 된다. 답답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그는 곧장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다. 느낌이 좋았고 그의 앞을 막는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좋았던 것도 잠시. 그는 수술대에 오르며 최대의 고비를 맞지만 재활기간을 잘 버텨내며 20-20 클럽에 2년 연속 가입한다. 한때 부진도 있었지만 그는 능력을 인정받고 우승후보인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 된다.

앞으로 2권은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3권은 아마 FA 대박 계약과 함께 새롭게 써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그는 지금 2권 마지막 몇 장을 써 내려가고 있다.

신시내티에서 시작한 2013년 시즌은 한 마디로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부족했던 부분도 많았지만 1번 타자로서 그리고 메이저리그 중견수로서 새롭게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올 시즌이 끝난 것은 절대 아니다. 아직도 많은 경기가 남아있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는 신시내티 레즈의 시즌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

출루머신 추신수!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던 신시내티 레즈가 추신수를 영입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신시내티의 월트 자케티 단장은 1번 타자로서 레즈의 타선을 리드 해줄 수 있는 적임자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2년 신시내티의 시즌 1번 타자 자리는 구멍 그 자체였다. 리그 정상급 타자들인 브랜든 필립스, 조이 보토, 라이언 러드윅, 그리고 제이 브루스가 중심 타선을 지켜주고 있었지만 정작 공격의 포문을 여는 1번 타자 자리는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생산해냈다. 작년 시즌 신시내티의 1번 타자들은 타율 2할8리와 출루율 2할5푼4리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가장 최하위였다. 한 마디로 굴욕적인 결과였다.

"그렇다면 추신수가 레즈의 유니폼을 입은 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올 시즌 추신수가 버티고 있는 1번 타자 자리는 180도 달라졌다. 신시내티의 1번 타자 출루율은 4할2푼9리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추신수 선수를 영입하면서 단숨에 꼴찌에서 1위로 뛰어올랐고 그 중심에는 1번 타자로 총 84경기 선발 출장한 (1번 타자 출루율 4할4푼) 추신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추신수가 볼넷만 얻으며 출루에만 성공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가 올 시즌 전반기에 기록한 13개 홈런은 모두 1번 타자 자리에서 뽑아낸 것이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1번 타자 중 가장 많은 홈런수이다.

"1번 타자 추신수의 화려한 변신?"

아주 큰 변화는 아니지만 1번 타자 추신수에게도 변화는 있었다. 일단 많은 공을 보고 있다. 경기 초반 상대팀 선발투수에게 많은 공을 던지게 하게 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1번 타자의 책임이다. 물론 가끔 초구에 자신 있는 스윙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시즌으로 판단했을 때 1번 타자는 상대팀 투수가 많은 공을 구사하게끔 해야 한다. 이를 의식한 듯 추신수는 올 시즌 상당히 타석에서 신중한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매 타석 당 4.24개의 공을 구사하게 만들고 있다. 타율 3할과 20-20 클럽에 가입했던 2010년 시즌에 그는 매 타석 당 3.93개를 기록했었던 것에 비하면 큰 차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그의 낮아진 스윙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올 시즌 스윙 확률은 40%이다. 그가 올 시즌 상반기에 64개의 볼넷을 기록하며 볼넷 부분 내셔널리그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는 다 이유가 있었다.

"좌 투수에 약하지만……."

작년 시즌에 이어 추신수는 올 시즌 상반기에도 좌완 투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언젠가는 풀었으면 하는 숙제지만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좌완투수 약점에 모든 것을 집중하다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면서 전체적인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결국 정신력이다. 그리고 슬럼프는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올 시즌 추신수의 가장 큰 무기는 '눈'이다!"


그의 높은 출루율과 많은 볼넷 기록이 말해주듯 올 시즌 상반기 추신수의 맹활약의 시작은 바로 그의 뛰어난 선구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쁜 공에 배트가 나가지 않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총 1,232개의 빠른공을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존에 벗어나는 빠른공에 나온 스윙은 단 22%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스트라이크 존에 벗어난 공에 배트가 나가면 헛스윙이 될 확률은 당연히 높고 설사 콘택트가 된다고 하여도 범타로 처리될 확률이 높은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다.

추추 트레인의 질주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야구선수 추신수는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다. 한 마디로 지금까지 그가 온 길보다 갈 길이 더 많다는 뜻이다. 그가 우익수에서 중견수로 자리를 옮긴다고 했을 때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실력과 결과로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잠재웠다. 물론 그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그는 드디어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유계약) 자격을 얻는다. FA는 모든 메이저리거들이 꿈꾸는 기회이자 시간이다.

그가 2014년 시즌 어느 유니폼을 입게 될지 궁금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내년을 생각할 시기는 아니다. 2013 시즌 후반기가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롭고 힘들었던 시기를 버텨냈던 추신수. 이제 추신수 2권은 몇 쪽 남지 않았다.

Posted by 코딩하는 야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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