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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일을 맞은 애틀랜타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추신수. 애틀랜타전을 마치면 올스타 휴식기에 돌입, 꿀맛같은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된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7월 13일은 제 생일입니다. 대부분의 생일은 올스타 휴식기 동안 맞이했는데 올해는 경기를 치르며 생일을 맞이하게 되네요. 

전 지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를 위해 애틀랜타에 와 있습니다. 여기서 4연전을 치르는데, 이제 전반기 경기가 오늘 이후로는 두 게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시즌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 

올시즌은 어느 해보다 좋은 시기와 좋지 않았던 시기가 갈리면서 말 그대로 폭풍 같았던 야구인생을 보낸 것 같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거침없는 질주를 선보였습니다. 타석에만 들어서면 안타요, 1경기 2개의 홈런포와 3경기 연속 홈런으로 불방망이를 뽐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시즌은 항상 제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습니다. 어김없이 힘든 시기가 찾아왔고, 풀리지 않는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정말 도 닦는 심정으로 그 해답을 갈구했지만,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힘들고 지루한 제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했습니다. 



추신수가 힘든 시기를 맞이할 때마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마음을 움직이는 조언들을 전하며 추신수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야구를 좋아하고, 사랑해서, 야구선수라는, 그것도 메이저리그 선수라는 굉장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 야구를 미워하고 증오한 적도 있었습니다. 야구가 사람이라면 한 대 패고 싶고, 치고 박고 싸워서 누가 이기는지 자웅을 겨루고 싶기도 했습니다. 야구때문에 스트레스도 받고, 예민해지고, 또 스스로 솟구치는 화로 인해 마인드 컨트롤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힘든 경기를 펼치게 되면 내일 잘하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버텼는데, 그게 반복되면 그런 마음조차 들지 않는 게 사람이더군요.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래도 야구는 제 인생의 전부나 마찬가지이고, 야구선수일 때가 제일 행복하고 매일 감사함을 느끼며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야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벌 수도 있는 거겠죠. 한 마디로 행복한 고민이라는 겁니다.

올시즌 몸에 맞는 볼이 속출했던 상황에서도 큰 부상 없이 매 경기 출전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이미 손가락 골절과 옆구리 통증 등으로 야구를 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경험한 저로서는 매일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시즌 초반 3할을 웃돌며 고공 행진을 벌이던 타율이 2할 6푼대로 곤두박질칠 때는 밤에 불면증으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추락하지 않고 조금씩 타율이 올라가는 걸 느끼면서 전반기 종료를 눈앞에 둔 지금은 2할 8푼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인생도 그렇지만, 이 타율도 한 번 떨어지면 회복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올시즌 최고의 경기는 끝내기 홈런을 쳤던 애틀랜타전이었습니다. 지난 5월 8일 신시내티 홈구장에서 펼쳐진 애틀랜타전에서 1경기 2개의 홈런포를, 그것도 끝내기 홈런으로 장식하면서 동료 선수들의 격한 축하를 받았습니다. 끝내기 홈런을 통해 승리를 챙긴 것도 기쁘지만,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1600승을 선물했다는 점과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꼽히는 크렉 킴브렐을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쳤다는 사실 또한 저한테는 의미있는 일로 기억됩니다. 생애 최고의 순간이 아니었나 싶네요.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고 동료들의 격한 세리머니를 받는 추신수. 올시즌 생애 최고의 경기였다고 말한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가장 기억하기 싫은 경기로는 결정적인 실책 2개를 범했던 4월 9일 세인트루이스 원정 경기입니다. 시즌 초반인데다 중견수로 포지션을 바꾼 터라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을 놓치는 어이없는 실책을 범했던 것이죠. 패배의 빌미를 준 듯 했지만 마침내 제 타석에서 9회 결승 득점과 3타점을 수확하며 대반전의 결과로 실책 2개가 묻히는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당시 경기 후 신시내티의 자케티 단장이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해주셨죠. “놓친 공보다 앞으로 잡을 공이 훨씬 더 많다”고요. 



서로 좋은 영감을 주고 받는 사이인 추신수와 조이 보토. 추신수는 조이 보토를 향해 배울 게 많은 선수라고 말한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신시내티 레즈란 팀은 정이 많은 사람들로 똘똘 뭉친 것 같습니다. 감독님, 코치님을 비롯해 선수들, 구단 스태프들 모두 인간적인 매력으로 가득합니다. 미국에서 야구생활을 시작하면서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남과 이별을 경험했지만, 신시내티처럼 새로 온 선수에게 진심으로 ‘패밀리’의 느낌을 전해준 팀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두 게임을 더 치르면 올스타 휴식기를 갖습니다. 시즌 초반 상승세를 내달릴 때는 올스타전 출전에 대한 부푼 꿈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뉴욕에 가지 못한다고 해서 아쉬움은 없습니다. 대신 가족들과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황금 같은 휴가를 얻었기 때문이죠. 잘 쉬고 잘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야구장에 서겠습니다.

전반기 동안 신시내티 경기 보시며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팬들에게도 고생하셨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제 성적으로 인해 희로애락을 겪었을 분들을 떠올리면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그래도 그런 응원 덕분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걸 잊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추신수 너도^^.

*이 일기는 추신수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일희일비가 많았던 전반기 동안의 추신수. 그는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인사 전하는 걸 잊지 않았다. 후반기 때는 전반기 때보다 웃는 일들이 더욱 많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인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Posted by 코딩하는 야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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